장소에 머무르던 이들의 움직임을 복기한다. 계단과 골목, 집과 벽 사이의 작은 공간들이 다시 느린 동력을 찾는다. 비어버린 자리에 몸을 기대고, 몸과 공간을 기울인다. 느린 움직임들이 멈춘 시간을 다시 되감는다. 공간의 틈만큼만 생기를 얻는다.
흑석동(동작구) 일제강점기 때 ‘명수대’라 불리며 일본인들에 의해 개발된 대표적인 주택지다. 현재도 흑석동 일대에는 ‘명수대’라는 명칭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영상 속 흑석동은 명수대와 거리가 먼 흑석동이며 ‘비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서울학 연구 총서>에 의하면 한강 변 가파른 산비탈에 위치한 마을로, 산골짜기 개울물이 한강으로 수직으로 바로 떨어져 물이 날아가는 듯하다고 하여 ‘비계’(飛溪, 나르는 개울물)라고 했다. 국립묘지인 현충원과 서달산 둘레길 코스가 지나지만 관심 있게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1970년~1980년에 지어진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으로, 현재 ‘흑석11구역’으로 지정되어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디렉터 | 노제현 |
출연 | 양석진, 천영돈 |
장소리서치/글 | 이경민 |
영상감독 | 박용호 |
사운드디자인 | 곽다원 |
프로듀서/글 | 임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