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 무게


을지로

무게

시간을 말하는 단위를 무게로 바꾸어 본다. 등 뒤로 짊어지고 있던 것들을 풀어놓았다가 다시 짊어지고, 시간을 지워내는 장소들을 무게와 함께 걷는다. 있었던 것들이 없었던 것이 되는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을지로(중구)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서 을지로 7가 동대문 역사 문화공원까지 가로로 이어지는 길이다. 일제 강점기 때 대한문에서 을지로 입구 인근에 있던 고개 ‘구리개’를 거쳐 광희문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황금정’이라 불렀다. 식민 통치를 위해 남대문과 명동 일대를 개발했던 일제는 주변 지역을 통(대로), 정(시와 구를 구성하는 구획),정목(OO가) 단위로 구획했다. 해방 이후 일제식 명칭을 폐지하고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성을 따 ‘을지’+‘로’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한번 구획된 땅은 그대로다.(영상에 등장하는 공사 중인 입정동은 을지로3가에 속한다.) 이와 무관하게 사람들 인식 속 을지로는 길이 아닌 동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큰 도로를 벗어나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서로가 연결되고, 때론 청계천과 만나기도 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땅을 이루고 있었음을 상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경계와 경계가 만나 끊임없이 사라지고 생겨나기를 반복하면서도 저 멀리 어딘가에서 제 모습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을지로의 풍경들이 섞여 사람들 마음속에 길이 아닌 동네로 자리 잡은 것인지도 모른다.

제작아이모멘트
연출강민지
출연곽소민, 강민지
안무노제현
프로듀서임현진
촬영/편집Studio S2
나레이션정지은